아이와 함께하는 나들이라고 하면 주말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번에는 조금 특별하게 평일 오후 시간을 활용해 용인 기흥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상대적으로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책과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아이 손을 잡고 도서관을 향했습니다.
1.고요함 속에서 빛난 어린이자료실의 매력
평일에 방문한 기흥도서관은 주말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주말에는 많은 가족들이 모여 활기찬 느낌이 강했다면, 평일 오후에는 한결 차분하고 여유로운 기운이 도서관 전체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느껴지는 고요함 속에서 아이는 신기하다는 듯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겼습니다. 곧장 향한 곳은 역시 어린이자료실이었는데, 넓게 트인 공간과 아늑한 분위기가 아이의 마음을 금세 사로잡았습니다. 책장은 아이 키에 맞춰 낮게 배치되어 있어 스스로 책을 고를 수 있었고, 덕분에 아이는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듯 의기양양한 모습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펼치자 평소와는 달리 책에 더 몰입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마 주변이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환경 덕분일 것입니다. 아이는 동화 속 장면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궁금한 점을 묻고, 저는 그때마다 설명을 곁들이며 책 속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책을 매개로 한 이런 대화는 단순히 독서 활동을 넘어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특별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도서관 한편에는 부모를 위한 육아서와 교육 관련 서적도 있었는데, 아이가 책을 읽는 동안 저는 관련 책을 들여다보며 아이의 독서 습관을 어떻게 길러줄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책을 읽으면서도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시간이 주는 편안함은 평일에만 느낄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2.도서관에서 공원으로 이어지는 여유로운 시간
도서관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아이와 함께 곧장 이어진 만골공원으로 향했습니다. 평일 오후의 공원은 주말의 활기와는 달리 고즈넉했습니다. 몇몇 산책을 즐기는 어르신들과 운동을 하는 이들이 보였을 뿐, 아이들이 북적이는 놀이터와 잔디밭은 비교적 한산했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고, 저 역시 주변을 둘러보며 온전히 휴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잔디밭에 앉아 아이가 책에서 본 나무와 꽃들을 실제로 가리키며 이야기 나누는 순간은 책과 자연이 맞닿아 있음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아이가 동화 속에서 본 풍경과 현실의 자연을 연결 짓는 모습을 보니, 도서관에서의 독서가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앉아 준비해 온 간단한 간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아이는 오늘 읽었던 책 이야기를 다시 꺼냈습니다. 책 속 주인공이 공원에서 모험을 떠나는 장면과 지금 자신이 뛰어노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겹쳐 이야기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 집에서는 쉽게 듣지 못했던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적인 표현들이 술술 쏟아져 나왔고, 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만골공원의 자연은 아이의 상상에 날개를 달아주었고, 저는 그 속에서 아이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3.평일 도서관 나들이가 준 선물
기흥도서관과 만골공원에서 보낸 이번 평일 나들이는 주말의 활기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한적하고 고요한 공간에서 아이와 함께 차분히 책을 읽고, 바로 이어진 공원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니 마음이 한층 여유로워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스스로 책을 고르고 읽으며, 그 이야기를 현실 속 경험과 연결해보는 과정을 통해 독서가 단순한 학습을 넘어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굳이 주말에만 시간을 내기보다는, 평일 오후 시간을 활용해 아이와 도서관을 찾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가족 모두가 조금은 느리게, 차분히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 책과 자연이 함께 있는 기흥도서관은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책과 놀이가 연결된 특별한 경험이, 저에게는 아이와 나누는 대화와 성찰의 시간이 되어 이번 평일 나들이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